한잉여 2019. 4. 2. 14:58

 

 

월루할 때마다 메모하기엔 트위터가 불편해서 방치해놓은 블로그 하나 발굴.

나름 몇달 고민한 결과물이니까 간만에 기말 소논문 같은 거 쓰는 기분인데 대학 다닐때 과제 열심히 해본적이 없다 인생이란.

 

이번 티저와 관련되어서 이것저것 궁리하다보니, 예전에 얘기했던 인셉션의 몇몇 설정들을 이용하면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아서 관련 개념을 정리해보는 글이 될 것 같다.

그때그때 떠오른 실마리/추측들은 모두 트위터에다가 던져두는데 글 하나 판 김에 옛날에 던졌던 설정들도 조금씩 수정하면서 이어붙여보려고 함. 인셉션 결말/반전 관련 스포 아주 많고 인셉션과 연결되는 부분 중심으로만 해석. 너무 길어서 줄글 위주. 혹시 직접 찾아보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따로 질문해주면 단서 붙여볼 생각은 있는데 과연 읽는 사람 있을 것인가.

 

 

1. 뉴이스트W의 세계관과 인셉션이 연결되는 지점들

- W.HERE 마지막 트랙인 '지금까지 행복했어요' 이후에 들리는 팽이소리

팽이 소리가 인셉션과 연관을 갖는 이유는 인셉션 속에는 '토템'이라는 것이 등장하고 주인공의 토템이 팽이였기 때문이다. 토템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인셉션의 줄거리를 이해해야 되는데, 인셉션의 주인공은 특정 목적을 위해서 꿈속을 드나드는 사람이다. 그는 꿈속에서 특정 정보를 빼내는 '추출'을 하는 사람인데, 남의 정보를 얻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필연적으로 남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정보를 빼내야 한다. 이때, 내가 남의 꿈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장치가 '토템'이다.

 

토템은 나만이 아는 물건인 것이 좋은데, 쥐었을 때의 특유의 질감과 무게중심은 나만이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의 꿈속에서는 토템을 쥐는 것만으로 내가 남의 꿈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실마리이기 때문이다. 상대도 아는 물건이면 상대의 꿈속에서도 내가 아는 질감과 무게중심으로 그것이 구현되기 때문에 토템으로써의 힘을 잃게 된다. 주인공인 코브의 토템은 곧 팽이이고, 코브는 팽이를 돌려봄으로써 여기가 꿈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타인의 꿈속이라면 팽이는 무한히 돌아간다.

 

이쯤에서 인셉션의 유명한 결말 얘기를 해보자. 코브는 아이들을 보고싶어하지만 아내를 죽인 혐의로 수배가 되어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특정 정보를 취하기 위해 꿈을 드나드는  꿈을 통해 꿈의 주인의 무의식에 특정 아이디어를 심는 '인셉션'의 의뢰를 받았을 때, 처음에는 그것이 초고난이도 임무이기 때문에 거절하려고 하나 임무에 성공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받아들일 정도로 집에 가서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보고싶어한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서 드디어 코브는 집으로 돌아가는데, 코브가 아이들을 드디어 만나게 되는 장면 뒤로 테이블 위에 놓인 팽이가 쓰러질락 말락 계속 도는 걸로 영화가 끝나버린다. 이 장면은 여기가 정말 현실인지 아니면 코브가 여전히 꿈속을 헤매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찝찝한 열린 결말이라 몹시 화제가 되었다. (실제로 열린 결말인지는 관련없으니 생략)

 

그런 팽이 소리가 W.HERE의 마지막 트랙 뒤에 숨겨져 있었는데, 인셉션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곧 이들이 꿈속에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인셉션의 설정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받아들였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있는 꿈은 본인의 꿈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 함께 잠드는 네 명의 기사

인셉션에서 남의 꿈속으로 잠입하기 위해서는 '패시브 장치'가 필요하다. 패시브 장치는 꿈을 꾸게 해줄 수 있는 장치인데 (1) 자각몽을 꾸게 해주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계하는 일이 가능) (2) 여러 사람이 같은 꿈을 꿀 수 있게 해준다.

 

(1) 'Where you at' 뮤비 속에서, 각 멤버는 꿈속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속의 자신을 본다는 것은 그것이 모종의 자각몽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 첫 팬미팅인 'LOVE&DREAM' 속 여왕의 기사 마무리 포즈에서 뉴이스트W의 네 멤버는 동시에 잠든다. 이 동작은 뉴이스트W의 두번째 앨범인 'WHO.YOU' 속 수록곡 '북극성'의 안무 속에서도 심화되어 나타난다. 팬미팅 여왕의 기사 마무리 포즈와 같은 동작을 취하지만, 손을 뻗은 끝에는 빛나는 전구가 있다. 어쩌면 그들은 같은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두번째 앨범 타이틀곡인 'Dejavu'에서 그들은 같은 방의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서로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같은 꿈속이거나 혹은 같은 무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장면들은 특히 Help me 뮤비 속에서도 등장한다.

 

- 더 깊은 꿈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더 강한 수면제

인셉션에서는 더 깊은 무의식으로 들어가기 위해 꿈을 3단계로 설계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만큼 더 강한 수면제가 필요했었음. 또하나 중요한 개념이 꿈의 단계인데, 꿈의 단계를 한번씩 거칠수록 더 심층 의식에 가까워지고 체감되는 시간도 느려짐. 꿈의 단계는 곧 꿈 속의 꿈이고 설계자가 꿈 안에 패시브 디바이스(매개)를 배치하는 것으로 거칠 수 있다.

 

뉴블이들의 세계에서 꿈과 꿈을 이어주는 매개, 곧 패시브 디바이스는 아마 거울이다. 이는 Daybreak 때부터 줄곧 등장해온 거울의 이미지를 떠올려도 짐작 가능함.

 

한편, 인셉션에선 꿈에도 단계가 있어서 거칠수록 더 심층의식에 가까워지고 시간도 느려지는데, 렌의 머리가 가장 길게 자랐던 점이 이를 반영했다고 생각해도 일리가 있다.

 

- 붉은 설계자

인셉션에서, 꿈속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설계자를 끼는데 설계자의 역할은 꿈속에 미로를 만드는 것이다. 꿈속에 미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꿈의 주인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투사체들로부터 꿈속에 침입한 자신들을 숨기고, 그럼으로써 지키기 위해서이다. 이때 꿈을 설계하는 데엔 두 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 (1) 꿈의 주인은 설계를 알면 안되고, (2) 기억에 의존해서 설계하면 안 된다.

 

(1) 투사체 개념을 이해하려면 실제로 본인이 꿔본 꿈을 생각해보는 것이 빠르다. 내 꿈속에는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사물/인간 등이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 투사체는 내 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꿈 속에 미로를 만드는 이유는 꿈의 주인으로부터 침입자를 숨기기 위해서인 점을 상기하면 꿈의 주인이 미로의 설계를 알면 안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사체들에게 금방 발각되어 투사체들한테 공격당하기 쉬운 위치에 놓이게 되고, 공격당해서 꿈 속에서 쫓겨나게 된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꿈에서 죽으면 현실의 자신이 깨어나게 된다.)

 

(2) 기억에 의존하면 안되는 이유는, 내 기억에 의존한다는 것은 현실에 기반하여 꿈속을 설계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뉴이스트W의 세계관에서 설계와 관련된 개념들은 붉은 이미지와 자주 연관되어 등장한다. 우선, 세계관의 단서가 되는 곡인 두번째 앨범 WHO.YOU의 첫곡인 Signal을 살펴보면, "맘에 붉은 실을 놓아 / 은하수를 펴서 / 다른 차원에서 / 너에게 보낸다"라는 가사가 있고, "나의 손끝에 / 모든 메세지는 너야" "나의 차원에 숨긴 너의 모든 흔적"과 같은 가사가 등장한다. Signal의 화자는 '너'를 찾고 있는데, '너'를 찾기 위해 나의 차원에서 너의 차원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나의 마음에 '붉은 실'을 놓고 있다. Help me의 마지막 티저인 Collapse 시 티저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꿈은 깨어지고>를 인용하면서 "꿈은 깨어졌다"라는 구절과 "탑은 무너졌다"는 구절이 함께 아래로 떨어지는 연출을 보여줬는데, 이때의 탑이 "붉은 마음의 탑"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붉은 실

그리스 신화에는 아리아드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려고 크레타 섬에 왔는데, 테세우스에게 반한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 칼과 붉은 실타래를 주었다. 테세우스는 받은 칼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붉은 실타래를 풀어둔 길을 되짚어서 미궁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인셉션 속에서 꿈속 미로의 설계자로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도 아리아드네이다. 한편, Signal의 가사 속에서 등장하는 'Clue'는 실마리로 번역되기도 한다.

 

뉴이스트W의 세계관 속에도 설계자가 있는지 꽤 오랜 시간 고민해봤었고 한명한명 다 대입해봤었는데, 뉴이스트W 파이널 콘서트 VCR까지 다 보면 백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1) 백호의 탄생석은 루비 - 붉은색

(2) Dejavu 때는 Deaser라고 디스패치에서 올려주는 티저영상 프로모션이 있었는데, 프로모션 영상 속 백호는 체스말을 잡고 빙빙 돌리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Help me에서 백호는 체스판 위에 서있었고, 파이널 콘서트에서는 체스말을 만지작 거리면서 여기저기 배치하고 있었다. 파이널 콘서트에서는 백호 뿐만이 아니라 아론이 체스말과 교차되면서 꿈속의 움직임이 체스판 위의 움직임과 연관있을 수 있단 것을 보여줬는데, 설계자는 꿈을 설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각 공간에 배치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인셉션 속 아리아드네의 토템은 금속 체스말이었다. (번외로 2018 MAMA 무대에서 곡이 Dejavu에서 Help me로 넘어갈때 천장에 달린 VCR에는 여기저기 흩어진 체스말 위로 물이 차오르는 연출을 보여준 적도 있다.)

(3) 체스말 뿐만이 아니라, Deaser에서는 백호가 모니터를 넘나들면서 세 가지 차원에 있는 것을 보여줬는데, 이 또한 인셉션 속 꿈의 3단계가 연상되며, 인셉션 속에서 설계자인 아리아드네는 가장 깊은 꿈까지 쫓아들어가기도 했다.

 

패러독스

패러독스는 미로를 설계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직역하자면 '모순'인데 예시로 등장한 것이 끝나지 않는 계단이다.(아래 이미지 참고)

현실에서는 만들 수 없는 패러독스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꿈의 하나의 성질이고 패러독스는 설계자로 하여금 꿈과 꿈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셉션 속에서 아리아드네는 설계자의 임무를 이해하고, 본인만 아는 패러독스를 꿈 곳곳에 설치하기도 했다.

 

2018 MAMA 무대에서 Dejavu로 곡이 넘어가면 바닥이 마치 패러독스와 같은 모양이 되었는데, Dejavu 속에서 다른 공간으로 가려던 백호가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 Dejavu 자체가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 루프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Dejavu에서 등장한 꿈의 세계는 하나의 패러독스로 닫혀있는 세계란 것을 알 수 있다.

 

추측이지만, 사실 뉴이스트W가 처한 상황 자체가 하나의 패러독스였다고 볼 수도 있다. 설계한 자(백호), 방해하는 자(그림자-JR), 찾는 자(여왕-L.O.Λ.E-ㄴㅇㅅㅌ)가 다 연결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을 보류하더라도, 기사들은 너를 찾기 위하여 꿈속에서 너를 찾아 헤매고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빙빙돌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 쫓아오는/방해하는 그림자

투사체와 별개로 꿈꾸는 사람의 강렬한 무의식이 멋대로 나타날 때가 있다. 인셉션의 주인공인 코브의 경우 죽은 아내인 멜이 멋대로 꿈속에 등장해서 코브가 하는 일을 방해하고 훼방놓았었다. 이때 멜은 진짜 아내가 아니며, 코브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아내의 그림자이다. 인셉션의 절정부에서 코브는 꿈속에 계속 등장하던 아내의 그림자가 사실은 자신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무의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과 화해를 이루면서 그림자를 극복했었다.

 

그림자는 WHO.YOU의 가사 속에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타이틀곡 Dejavu에서는 "너의 뒤에서 그림자가 돼도 좋아"라는 가사가 있으며, 마지막 트랙은 아예 제목이 그림자라는 의미의 'Shadow'이다. Dejavu 속 JR의 랩에서 "망가져 버린 기억에 눈감아 서로 정해진 끝을 돌려놔"라는 대목은 Shadow 속에서 반복되는 단어인 "Crazy"와 "밝은 빛 반대로 묶여"라는 가사와 의미가 연결된다.

 

더 나아가 Help me 뮤비 속에서는 아예 흰 체스말의 그림자를 보여줌으로써 직접적으로 그림자의 비유를 하기도 한다.

 

Shadow 가사 속 화자가 혹시 그림자라면? 인셉션 속에서 코브의 아내가 사실은 코브의 잠재의식이었던 것처럼, 그림자 역시 기사들의 잠재의식일 수도 있다. 한편, 그림자는 JR과 관련하여 가장 뚜렷하게 등장하는데, JR이 Dejavu 속에서 검게 변했다는 건 꽤 유명한 얘기이고, 3월 Double You 콘서트 VCR에서 어두운 공간에서 거울을 보고 힘들어하던 JR의 모습이나, 시든 꽃을 들고 등장해 검은 사람들 속을 헤치던 파이널 콘서트 VCR 속 JR도 비슷하게 그림자를 암시한다.

 

인셉션 속 코브의 아내가 그랬듯이 Dejavu 속에서 백호를 방해하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문을 열고 나간 백호는 CCTV로 둘러쌓인 막다른 길에 도착하고, 방은 어둡게 변하면서 검게 변한 JR과 백호의 얼굴이 교차된다. 인셉션 속의 무의식들이 꿈의 주인이 꿈이란 것을 인지할수록 설계자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던 것이 연상되기도.

 

한편, Daybreak에서도 암시하고 뉴이스트W의 세계에서도 암시했듯이 거울은 꿈과 꿈의 경게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인셉션 설정 속에서 그림자는 잠재된 무의식이고, 잠재된 무의식은 더 깊은 무의식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선명해지고 힘이 강해진다.

 

- 여왕?

여왕의 기사에서는 여왕을 상징하는 여주가 등장한다. Love paint에서는 얼굴이 빈 캔버스가 여성의 존재를 암시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등장하지는 않고, 첫 트랙인 Daybreak의 뮤직비디오에서 여성 인물이 등장한다.

 

여왕의 기사나 Daybreak 속에서 등장한 여성 인물들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뉴이스트W에서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은 다소 이질적이다. Where you at에서는 창백하고 얼굴에 붉은 보석이 가득 박힌, 붉은 옷의 기묘한 여인이 등장한다. WHO.YOU의 프롤로그 영상에서도 등장하고 Dejavu에서도 등장한 여성 인물은 흰 왕관과 드레스를 입은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기가 남의 꿈일 수 있는 가능성을 앞에서 지적하기도 했는데, 뉴이스트 멤버들은 서로 다른 존재이자 하나의 나침반을, 하루의 시간을 구성하는, 연결된 존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다섯 중의 하나의 꿈이면 남이자 결국에는 본인의 꿈이라는 묘한 도식이 성립되기도 한다. 어쨋든 뉴이스트W가 너를 찾아 꿈속을 헤매는 중이고 헤매는 공간에 나타난 여성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뉴이스트W의 세계 속 여왕들은 어쩌면 진짜 여왕이 아니라 그들의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존재일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붉은 여인도 아기 여왕도 렌 주변에만 나타난다는 점에서, 렌의 잠재의식일 가능성이 유력하기도 하다. 이는 파이널 콘서트 VCR 속에서 렌이 꽃이 시들지 않도록 스스로 물 속으로 들어가서까지 소중하게 간직하는 장면에서도 유추된다.

 

- 꿈과 현실의 혼동

꿈과 현실을 혼동하게 되면 현실감각을 잃게 된다고 한다. 앞서 꿈을 설계할 때의 주의점으로 기억에 의존하여 설계하면 안된다는 점을 지적했었는데, WHO.YOU 속 화자는 너를 찾기 위하여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있기 때문에 이 함정에 빠지기 아주 쉬운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이아를 안고 욕조 속으로 들어가던 모습, 솔로곡 PARADISE에서 "우리의 영원에 살고 있어"라고 노래하기도 하고, 파이널 콘서트에서는 꽃이 시들지 않도록 시간을 거꾸로 돌리기까지 한다. (거꾸로 돌아가는 모습은 더블유콘서트 VCR에서도, Dejavu의 안무에서도 등장한다.) 렌이 꿈꾸는 것은 영원이다. 다만 영원을 꿈꾼다는 것은 꿈에서 깰 수 없다는 것이고 꿈을 꾸고 있을 현실의 본체에게 있어서는 죽음과 다름 없는 상태이다.

 

백호는 Where you at 뮤직비디오 속에서 자신의 방에 놓여있는 '죽음의 섬' 그림을 유심히 본다. '죽음의 섬' 그림을 살펴보면, 섬은 사방이 물이고 아마도 흰 옷을 입은 뱃사공이 영혼을 배에 태워 섬으로 인도하고 있다. 백호는 물 속으로 몸을 던지고 빠져나온 곳은 갯벌과도 같은, 물기가 남아있는 육지이다. 주변 풍경의 느낌이나 바위절벽이 있다는 점은 한편으로 렌이 헤매던 공간과 유사한 인상을 주는데, 렌의 Where you at 티저 속에서 흐른 배경음악이 '죽음의 섬'이기도 했다. 백호가 물을 통해 가고자 했던 곳이 어쩌면 렌이 있는 곳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들게 한다.

 

- 림보

꿈에서 깨는 방법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죽는 것이다. 그런데 강한 수면제로 잠에 들었을 경우, 꿈 속에서 죽어도 깨어나지 못하고 내 의식은 림보에 빠지게 된다. 림보는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이 무한하게 포개어지는 곳이다. 꿈을 거듭하여 더 깊은 무의식으로 들어가면 시간이 느려진다고 한 적 있는데, 림보에 이르면 시간은 수백배 가까이 늦어진다고 하고 따라서 현실감각을 잃기 쉬워질 수밖에 없다. 림보 내를 내 기억에 의존하여 구성하면 평생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현실감각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림보에서 빠져나오려면 꿈과 마찬가지로 죽으면 되는데, 여기를 현실이라고 믿어버리면 죽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어렵다.

 

인셉션 속에서 코브가 림보에 도달하는 장면은 마치 파도에 휩쓸려 해안가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이 장면은 한편으론 Where you at 백호 티저 속에서 육지로 나와 바다를 바라보던 백호의 장면과 비슷한 인상을 줘서, 백호가 빠져나온 곳과 렌이 서있던 공간이 비슷하단 점, 렌이 환상에 깊이 빠져있었단 점, 그곳에서 영원을 바랐다는 점을 생각하면 렌은 어쩌면 림보 속을 떠돌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렌이 림보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DOUBLE YOU 콘서트 속에서 네 멤버의 캔버스가 모두 렌의 방에 있었던 것도 설명이 되는데, 앞서 설명했듯이 림보는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이 무한하게 포개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 킥과 꿈의 붕괴

넘어져서 혹은 어딘가에서 떨어져서 그대로 침대에서 떨어지듯이 꿈에서 깬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난 있음. 킥은 그 감각에 붙인 용어인데, 꿈꾸는 사람을 넘어뜨리거나 떨어뜨려서 꿈에서 강제로 깨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 킥을 날릴 것인지 신호를 공유하기 위해서 인셉션에서는 킥의 타이밍에 맞추기 위해서 노래를 틀었는데, 꿈의 깊은 단계에 들어간 사람한테는 조금 더 멀리서 느릿하게 들리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Help me 뮤비 초반부에 들린 모스부호도 어딘가 멀리서 들려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킥의 신호를 주기 위해 튼 음악과 비슷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신호를 받은 백호도 렌도 JR도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손을 다같이 뻗은 순간 위에서 떨어지는데 이 또한 킥과 유사한 인상을 준다.

 

꿈이 무너질 때는 마치 중력을 잃은 듯이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Help me 뮤직비디오 속에서 아론이나 JR이 있던 공간의 사물들이 중력을 잃은 듯 일그러지고 어긋나기 시작하는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또한, 직후에 네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떨어지는 연출은 인셉션에서 꿈이 완전히 붕괴된 이후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떨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별개로, 꿈에서 "깨다"는 유리를 "깨다"와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에, Help me가 타이틀곡이었던 앨범 WAKE,N의 두번째 티저이자 두번째 버전인 CRACK이 꿈에서 깨는 계기가 되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첫번째 버젼은 DREAM이고 마지막 버젼은 COLLAPSE이었는데, 인셉션 OST인 Dream is collapsing을 생각나게 하는 단어의 나열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꿈이 무너질 때에 깔렸던 BGM이며, 맨끝 결말부에서 깔린 BGM이기도 하다. CRACK을 계기로 꿈이, 붉은 마음의 탑이 무너졌다.

 

2. 이번 민현 티저에 대해서

너무 길어져서 to be continued...

 

- 남은 얘기들

엘리베이터. 시 티저 분석.